2026년 라당스 리포트

2026-08-27

<소비자와 함께 손잡고 이어가는 씨앗, 라당스>


농부와 제분가, 요리사의 손길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우리밀의 여정은 서로 손을 맞잡고 추는 춤을 닮았습니다. 우리는 그 춤에 ‘라당스(La Dans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밀의 미래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열 농가의 열 가지 씨앗을 섞어 뿌리고, 그 밀다발에 라당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2024년에 만들어진 첫 라당스 씨앗다발은 2025년 첫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수확한 씨앗은 다시 괴산 농사짓는 목수 농장과 의성 이철규 농장에 뿌려졌습니다. 두 농장은 첫해에 구성했던 토종밀 다섯 가지와 현대밀 다섯 가지의 밀다발을 이어가는 한편, 지난해 새로운 구성의 라당스를 만들고 ‘라당스Ⅱ’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당스Ⅱ 가 필요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라당스에 들어간 검정밀과 양평참밀은 만생종이어서 다른 밀들과 익는 시기가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당스Ⅱ 에서는 조금 이르게 수확하는 이철규 농장의 검정밀로 바꾸고, 양평참밀 대신 남도참밀, 김천참밀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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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요리사들의 작은서클로 시작한 새로운 춤


올해의 밀 농사는 시작부터 여느 해와 달랐습니다. 지난해 여름 햇밀장이 끝나자마자 농부들과 작업자들의 작은 서클이 만들어졌습니다. 파종 전에 각 농가에서 생산될 라당스밀을 사용할 작업자들과 계약도 맺었습니다.


품종의 다양성을 통해 작물의 저항력을 높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씨앗의 미래를 실험해보자는 취지에 요리사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었습니다. 덕분에 농부들은 자신들의 밭에 라당스밀을 적정한 규모로 안심하고 파종할 수 있었습니다.


농부와 요리사 사이의 약속은 원곡의 가격과 필요 수량을 기본으로 하되,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맺어졌습니다.


그렇게 2025-26 시즌의 새로운 춤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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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밀은 어떤 날씨를 만났을까


지난가을은 유난히 비가 많았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가을비가 내리면서 완주에서는 10월 20일에야 파종을 시작했고, 다른 밭들도 대부분 10월 28일부터 11월 8일 사이에 파종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비가 적어 밀의 월동 자체는 수월했습니다. 다만 파종이 늦어진 일부 지역에서는 뿌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한 밀싹이 부분적으로 동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건조한 겨울이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면서, 밀은 추위보다는 건조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야 했습니다.


올봄 역시 전체적으로 차갑고 건조했고, 지역별 편차가 컸습니다. 4~5월 강우가 부족했던 밀양과 의성의 라당스 밀은 충분히 성장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낟알이 한창 전분을 축적해야 하는 등숙기인 5월의 날씨가 전국적으로 지나치게 덥고 건조했습니다. 그 결과 밀이 충분한 녹말을 축적하지 못했습니다.


녹말의 비중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질소질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과 미네랄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회분률의 비중이 조금씩 높아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곳은 충청도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논산 라당스는 가장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의 밀 농사는 풍년형이라기보다 품질형에 가까웠습니다. 서늘했던 이른 봄에 낟알이 들어차고, 늦은 봄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해의 밀은 병해가 적고 상대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로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힘으로 길러지는 밀

밀을 기르는 것은 농부의 땅에서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그 땅을 어떻게 돌보느냐'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의성 이철규 농장과 올해 새롭게 라당스 농사를 시작한 밀양 다랑 농장, 완주 너멍굴 라당스는 모두 자연재배를 추구하는 농부들의 밭에서 자랐습니다. 일체의 투입을 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밀양 다랑협동조합의 경우에는 경운 조차 하지 않은 밭에 파종 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던 묵논이었기에, 자연이 오랜 시간 쌓아온 유기물에 의존해 밀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괴산 농사짓는 목수 농장과 논산 더불어농원은 유기인증체계 안에서 관리되는 농장입니다. 괴산 농사짓는 목수는 밑거름으로 흙살림 퇴비를 사용했고, 더불어농원은 해조류 추출 성분의 유기농자재인 엔비올트리플을 파종 전 밑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다섯 농장 모두 질소 중심의 웃거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산지가 많은 한국의 지형과 집중적인 강우 패턴, 배수가 용이한 토양 특성 때문에 우리 밭에 투입되는 유기·무기 양분의 상당 부분은 작물로 흡수되지 못하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일부 보고에서는 그 비율을 60% 정도로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출된 양분은 녹조를 일으키고 연안 어장의 붕괴를 비롯한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위적인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라당스 농부들의 선택은 작물과 농가뿐 아니라 이 땅의 자연까지 함께 고려하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길러진 밀에는 토양과 자연이 만들어낸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담깁니다.


IMG_3931.jpg라당스 밀의 가장 큰 어려움, 콤바인과 제분기

올해 라당스의 수확은 6월 17일부터 29일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수확기에 비가 적어 밀의 곰팡이병이나 수발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통상적인 밀 수확은 모내기를 위해 5월 말에서 6월 초에 집중됩니다. 하지만 토종밀이 많이 들어간 라당스는 수확 시기가 훨씬 늦습니다. 라당스 밀이 논이 아닌 밭에 심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배수가 잘되고 물이 고이지 않아 호기성 발효가 이루어지는 건강한 밭토양에서 자란 밀의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 아쉬웠던 것은 수확과 관련한 인프라였습니다.


남쪽 이모작 지대에서는 대규모 벼농사와 함께 밀·보리 등의 이모작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맥류 수확을 위한 글래스콤바인이 비교적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모작이 어려운 지역에는 글래스콤바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콤바인을 트럭에 싣고 와서 밀을 베고, 다시 콤바인을 청소하는 데까지 드는 비용이 커 소규모 경작지에서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곡물농업에서 적정 규모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날이 커지는 농기계의 규모를 생각하면, 기계에 농사를 맞추기 위해 농사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구할 수 있는 콤바인은 대부분 벼 수확용이어서 키가 작은 자연재배 밀까지 충분히 베어내지 못합니다. 그만큼 수확량도 줄어듭니다.


괴산 라당스는 산골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콩콤바인에 밀용 툴을 달아 수확했습니다. 하지만 고라니 등에 의해 쓰러진 밀을 다시 일으켜 베거나 키가 작은 밀까지 충분히 수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논산 라당스는 벼용 콤바인을 사용했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농부님의 노련한 수동 제어 덕분에 키가 크고 작은 밀이 섞여 있는 라당스 밀을 무난하게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농가인 완주 너멍굴농장과 홍성 채소생활의 밀은 결국 낫으로 베어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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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밀은 다시 사람을 만나다

밀 수확 소식은 가장 먼저 계약재배에 참여한 요리사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기후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투입을 최소화한 농사 방법으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줄어 농부들의 아쉬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올해의 밀을 거둘 수 있었다는 기쁨 또한 컸습니다.


농부들은 수확한 밀의 수분률을 살폈습니다. 곡물건조기를 이용해 13% 수분률을 맞추기도 했고, 괴산과 완주의 농부들은 따가운 초여름 햇살에 직접 밀을 말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들의 라당스는 제분이라는 마지막 산을 넘어야 합니다.


밀은 새와 짐승으로부터 씨앗을 지키기 위해 까락이 긴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스펠트나 양평참밀처럼 까락이 발달하지 않고 겉껍질이 두툼한 형태로 진화한 품종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밀은 콤바인이나 탈곡기로 밀단에서 낱알을 분리한 뒤에도 까락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밀은 정선기에 들어가 돌과 이물질을 골라낸 뒤에도 체질을 통해 까락을 걸러내야 합니다.


괴산 라당스는 보천리제분소에서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밀봄숲', '수더분', '까뮈', '그라운드'로 발송되어 제빵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그룹은 모두 자가제분기를 사용하고 있는 제빵사들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의성 라당스는 자체 정선·석발 과정을 거쳐 '다르마키친'과 '럭키베이커리'에 통곡으로 전달되었고, 작업자들이 직접 제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양 라당스는 주나미의 시설에서 정선·석발을 마친 뒤 부산의 '모모스커피'와 '스톨트스튜디오' 팀에 전달되었습니다. 올해 밀양 라당스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별도의 제분시설을 거치지 않고 다르마키친의 도움을 받아 소규모 제분기로 제분했습니다.


논산 라당스에는 제빵사뿐 아니라 제과 작업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가그레인 제분기를 이용해 굵은 전립분으로 제분한 뒤 '곡물집', '카페보안', '리피칩', '밭으로', '아쥬드블레', '올레무스(카페마)', '유알티', '쿠아레비'로 전달되었습니다. 각자의 작업을 통해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밀로 만든 빵과 과자의 소식을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완주 라당스는 콤바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농부 부부가 낫으로 어렵게 수확한 밀입니다. 가까운 '그라운드'에서 사용하고, 일부는 햇밀장 행사를 위해 사용할 예정입니다.


홍성 라당스는 그대로 이웃한 '이히브루' 양조장에 전해져 올해 햇밀장을 기념하는 '라당스 맥주'의 원료가 되었습니다. 채소생활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콤바인을 구하지 못해 벗밭을 비롯한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낫으로 밀을 베고 콩탈곡기로 낱알을 털어내야 했습니다. 그 어려운 수확 과정 때문에 재배한 밀을 충분히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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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거두었지만, 더 온전히 먹는 밀

올해 라당스는 농부들이 목표했던 생산량의 많게는 70%, 적게는 30% 수준에서 수확이 이루어졌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길러진 밀인 만큼 100% 통밀, 즉 전립분으로 이용한다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집니다.


일반적으로 백밀가루의 제분수율은 약 50%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밀기울과 배아에 포함된 섬유질과 단백질, 지방, 철분과 마그네슘 등의 다양한 미네랄 대부분이 밀가루에서 제외됩니다.


반면 라당스로 만들어지는 먹거리는 100% 통밀을 사용하기 때문에 밀알이 가진 영양성분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확된 라당스 밀은 모두 농부들의 저온창고에 보관하고, 요리사들의 수요에 맞춰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발송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 등의 영양분을 가능한 한 좋은 상태로 최종 작업물까지 가져가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밀벌레나 곰팡이의 증식을 막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라당스 농사가 남긴 것>


올해의 라당스 재배 과정을 돌아보며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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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약속이 농부를 움직이게 한다

사용자가 정해지고, 약속된 밀과 계약된 밀을 생산할 때 농부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농사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리사들과의 약속을 혹시라도 지키지 못할까 봐 농부들은 라당스를 자신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닿는 가까운 밭에 심었습니다. 작물을 세심하게 돌보고, 작물의 생육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밀을 생산해가는 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경험입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계약은 농부를 춤추게 합니다.


둘째, 적정 규모와 적정 인프라가 필요하다

생산을 위해서는 적정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인프라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농부들이 충분한 농업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라당스가 빠르게 규모를 키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한 규모와 적정한 인프라는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소규모 제분입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지역의 제분소에서 갈고, 지역의 빵집과 국숫집에서 사용하는 구조는 지역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소형 제분소는 5톤급 롤러제분을 하는 4곳이 정부 지원으로 최근 3~4년 사이 만들어졌고, 맷돌제분을 하는 곳은 한 곳뿐입니다. 


하지만 5톤급 롤러제분 시설은 라당스 농가의 규모에서 접근하기 어렵고, 제빵사들은 맷돌제분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규모 농가들이 접근할 수 있는 소규모 맷돌제분 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농부와 제빵사들이 서둘러 소규모 제분시설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셋째, 개성있게 변화하는 라당스 씨앗입니다. 

우리는 같은 라당스 밀을 여러 산지에 심었지만 이 밀의 성격은 농가의 농사역량, 장비인프라 농법과 철학이 모두 어우러져 빠르게 변화하면서 각 산지별 특성을 만들어갑니다.


만생종이 완전히 익기 전이라도 전체적인 수확률을 높이기위해 조금 이르게 수확하는 경우 다음해 농사에서 만생종씨앗의 발아율이 조금 낮아질 것입니다.  벼콤바인으로 수확을 할때 작은키의 현대종 밀들이 잘 베어지지 않는 경우에 이 농가의 경우 가파르게 토종밀 중심의 밀다발로 씨앗의 성격이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농부의 토양, 역량, 인프라 등 모든 환경적 요인에 조응하여 각 지역의 라당스가 개성있게 변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흥미롭게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 입니다. 


원래 라당스와 같은 파플레이션 밀을 일컫는 프랑스어 표현은 블레데 파플레시옹은 ‘농부의 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농가마다의 개성있는 밀을 찾아 괴산 의성 논산 밀양 완주를 여행하게 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넷째, 기후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폭염이 지나가자 올가을 사과와 배 농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 들려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밀가루의 미래를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의 이상고온과 가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안정성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국제 밀 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는 국제 밀 가격이 20~30%가량 가파르게 오르고 품질 변동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품질은 기상 여건 악화의 영향을 받고 있고, 경제성에 밀려 우리밀 재배면적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 수매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수익을 좇아 한곳으로 몰려가는 농사만으로는 씨앗과 흙을 지키고 더 나은 농사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라당스의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농가의 밀농사를 지키고, 농부의 씨앗을 이어가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연대하는 것. 라당스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하나의 실험입니다.


기후와 식량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씨앗을 선택하고, 어떤 농사를 지으며,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함께 이어가는 춤, 라당스 

열한 번째 햇밀장을 맞아 라당스는 여러 작업자들의 손을 거쳐 다시 먹거리가 되어 손님들을 만납니다.

씨앗을 심은 농부의 손에서 시작해, 수확하고 말리고 정선하고 제분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빵과 과자와 맥주가 되어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처음 열 농가의 열 가지 씨앗에서 시작했던 작은 밀다발이 이제는 농부와 요리사, 제분가와 작업자, 그리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손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라당스라는 이름처럼, 이것은 혼자 추는 춤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씨앗들이 한 밭에서 함께 자라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밀을 통해 연결됩니다. 기후가 달라지고 농사의 조건이 달라져도,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면 새로운 춤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햇밀장에서 우리는 함께 만들어온 라당스의 맛을 만납니다.


농부의 씨앗을 함께 만들고, 함께 키우고, 함께 먹는 일.

그 맛과 의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즐거움이 우리를 함께 춤추게 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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